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밀레니얼 직장인들은 입사를 결정할 때 ‘일과 삶의 균형, 웰빙(65%)’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인상과 같은 재무적 보상(67%)이 여전히 1순위로 꼽히긴 했지만 2위를 차지한 일과 삶의 균형, 웰빙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출처: Generation Disconnected: Data on Gen Z in the Workplace, GALLUP]
‘개인’이 중시되는 풍조 속에서 코로나의 발발은 이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와 마주하면서 사람들은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보여주는 삶이 아닌 자신이 만족스러운 삶, 즉 개인의 삶과 그 질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구성원의 웰빙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조직 차원에서 관리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직무명에 문화나 웰빙이 포함되는 사례는 2019년에 비해 13% 더 늘었다고 한다. 유니레버의 Chief Health and Well-being Officer, 코카콜라의 benefits and well-being manager처럼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Director of flexible work, 링크드인의 vice president of flex work처럼 유연근무와 관련된 직무명 또한 20% 증가했다고 한다.
직원경험 측면에서 웰빙이 강조되고 있지만 성과 예측 요인으로써 웰빙의 중요성을 오래 전부터 설파해 온 학자가 있다. 바로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마틴 셀리그만이다. 그는 ‘행복한 사람이 일도 잘한다’라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명제가 단순히 표현이 아니라 사실임을 연구를 통해 증명해냈다. 매트로폴리탄 생명 보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낙관적인 구성원들은 비관적인 구성원보다 보험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일치했다. 군인들의 행복 지수를 측정하고 5년 뒤 성과를 조사해 보았더니 행복 지수가 높은 군인들은 그것이 낮은 군인들에 비해 포상을 받는 비율이 4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셀리그만은 무기력이 학습되는 것처럼 행복도 학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불가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에서 더 적극적으로 행복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여 성과 창출의 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행복한 일터 조성을 위한 방법으로 3가지를 제안한다.
1. 지원자와 구성원의 행복을 측정하라
채용 단계에서부터 행복한 구성원을 선발하라는 것이다. 물론 행복 한가지만 가지고 지원자를 평가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행복도를 선별 기준으로 활용하여 직무 적합도가 높으면서 행복 지수도 높은 지원자를 채용하라는 것이다. 이 때 행복도는 면접관의 직관이 아닌 검증된 측정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셀리그만은 지원 과정이나 직무 역량 검사에 행복을 측정할 수 있게 문항을 추가하는 것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 생산성, 수익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또한 행복한 지원자를 채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구성원의 행복을 측정하고 관리하여 위의 보험사, 미군의 사례처럼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라고 말한다.
2. 일터에 행복을 개발하라
직무 교육, 리더십 개발과는 달리 행복 개발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나 셀리그만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행복 증진을 위한 교육들이 높은 ROI를 보였음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행복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지 않지만 그 효과는 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감사의 방문(the Gratitude Visit)이다. 감사의 방문은 자신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에게 300자 분량으로 편지를 쓰는 것이다. 구체적인 형식은 없으며 상대방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 혹은 감사한 마음을 써내려가면 된다. 작성이 완료되면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서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읽어준다. 다른 활동으로는 세 가지 좋은 것들(Three Good Things)이 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작성하는 것으로, 그날 잘 진행된 것 혹은 좋은 일 세 가지와 그 이유를 적는다. 마지막으로 다른 하나는 강점 활용이다. 강점 검사를 실시하여 자신의 강점을 확인한 후 매일 자신의 대표적인 강점 하나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강점 활동은 최소한 일주일 이상 지속한다.
위의 세 가지 활동은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검증되었는데, 세 가지 좋은 것들과 강점 활용은 6개월 내내 행복감은 증가시키고 우울감은 감소시켰다. 감사의 방문은 한 달 동안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다른 효과적인 웰빙 프로그램들도 있다. 그러나 셀리그만은 우선 실행하기 쉬운 활동부터 시작하고 구성원의 행복이 증가하면 좀더 공식적인 프로그램에 투자하라고 권장한다.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다른 활동이 궁금하다면 성장 피드백을 참고하라.
3. 행복한 직원들을 유지하라
사람들은 자신의 기분에 일치하는 자극에 더 많이, 더 오래 주의를 기울이고, 그 기분과 일치되는 관점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테면, 기분이 좋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미소, 고개 끄덕임과 같이 긍정적인 자극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반면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찡그린 눈썹, 표정 등 부정적인 자극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감정 편향때문에 기분이 좋은 사람은 기분 좋은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게 되지만, 반대로 기분이 나쁜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오래 유지하게 된다.
또한 한 사람의 감정은 그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감정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옆자리의 동료가 한숨을 푹푹 내쉬면 자신도 덩달이 기운이 빠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반면에, 옆자리의 동료가 웃으면 이유도 알지 못하면서 따라 웃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은 쉽게 전염되는데, 친절, 협력, 도움 등 친사회적 행동의 모델링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누군가가 친사회적 행동을 베푸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그 또한 친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구성원의 웰빙을 향상시키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정의 감염원 관리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악질 관리자나 구성원은 발생 초기에 대처하여 조직 전반에 전염되지 않도록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친절, 감사, 낙관 등 긍정성을 전파하는 리더십과 구성원은 감염원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