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전문가들은 과거 오일쇼크에 뒤따른 경기침제를 상기시키며 경제 상황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리고 있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급등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업들은 ‘허리끈을 졸라 매고’, ‘신발끈을 다시 묶어’ 정면돌파를 시도하곤 한다. 공격적인 성장 전략으로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이 방법은 효과적일까? 혹자는 배수진을 치고 몰아붙이면 사력을 다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또 다른 측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오히려 구성원의 사기를 꺾고 수동적인 수행을 야기하게 된다고 말한다. 도전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목표로 인식되어 오히려 무력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 효과적인 성과관리는 무엇일까?
스트레치 목표란
스트레치 목표는 현재 조직이 가진 역량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높은 목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통상 6개월 정도 걸리는 프로젝트를 5개월 안에 끝내라고 하면 도전적인 목표일 수 있지만 1개월로 단축하라고 하면 스트레치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극강의 난이도를 부여하는 스트레치는 목표는 종종 혁신적인 해결책, 뛰어난 성과로 이어지곤 한다. 6개월 정도 소요되던 프로젝트를 5개월로 줄이라고 하면 근무 시간을 늘리거나 일부 업무 과정을 단축시키는 등의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기존의 방식에서 소폭 수정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개월 내에 완수해야 한다면 업무와 프로세스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존 방식 개선이 아니라 원점에서 새롭게 생각하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대안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치 목표가 성과를 이끄는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이스 X의 우주여행을 들 수 있다. 2002년 일론 머스크가 ‘우주여행’ 꺼내 들었을 때만 해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2021년 스페이스X는 민간인을 태우고 3일 간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반면, 스트레치 목표가 기업 성과에 파괴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도 있다. 2015년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극강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 엄청난 손실을 불러오게 되었다. 왜 어느 기업에서는 스트레치 목표가 뛰어난 성과 달성에 도움이 되고, 다른 기업에서는 파괴력을 발휘했을까?
스트레치 목표-성과 매커니즘
스트레치 목표는 구성원의 학습과 성과를 촉진할 수도, 저해할 수도 있다. 듀크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심 시트킨(Sim B. Sitkin)은 스트레치 목표는 “새롭고 낯선 기회를 향한 높은 수준의 야망을 포함하기 때문에 낙관주의, 긴박감, 열정, 호기심, 장난기 등 다양한 긍정적 집단 반응을 불러일으켜 학습에 대한 에너지와 더 큰 주도성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우주여행을 미션으로 발표했을 때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취급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진짜 갈 수 있을까? 어떻게 간다는 것이지? 나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 와 같이 강한 호기심과 열정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지적인 측면에서 보면, 스트레치 목표는 기존 방식을 소폭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가정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즉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적용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주의력을 높이고 다양한 정보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호기심, 열정, 긴박감, 열린 사고방식, 창의성은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고, 시행착오 속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피드백으로부터 정보를 분석하고 학습하면서 불연속적이지만 급진적인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스트레치 목표는 구성원의 학습과 성과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스트레치 목표에 대해 “저건 불가능한 거야, 안될 목표를 우리한테 강요하는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무력감, 방어적인 태도, 저항감이 일어나게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유능하고 가치있는 존재로 인식되고 싶은 것이다. 이 자아상을 깰 수 있는 자극들은 위협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회피 반응을 야기한다. 이를 테면, ‘인간은 능력은 고정되어 있다’고 믿고 있어 ‘자신이 남들 보다 얼마나 더 똑똑한지 입증’하려는 욕구가 강한 고정 마인드셋의 사람들이 도전을 회피하고 난관에 부딪혔을 때 쉽게 포기하는 것과 같다.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어서, 난관에 부딪혀 노력을 지속했음에도 실패했을 경우 얻게 될 ‘무능력자’라는 낙인이 두려운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인지와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경직되어 기존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협 경직성을 겪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직성은 새로운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공식이나 익숙한 방식에 의존하게 만든다.
새로운 영역에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복 시도, 피드백 수집, 전략 수정이 핵심이다. 실패에서 배움으로 얻고 전략을 수정하여 재시도를 반복해 나감으로써 결국 성과에 이르는 것이다. 성공,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제출된 776,721건의 보조금 신청서, 벤처 캐피탈 펀딩을 받은 58,111개 스타트업, 170,350건의 테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성공과 실패는 이전 시도에서 얼마나 많은 배움을 도출하고, 이 배움을 이후 시도에 얼마나 통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이전 시도(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매번 새로운 버전을 찾아 헤매는 사람은 최악의 학습자로 성공 가능성이 낮았다. 평균 시도 간 시간(1차 시도, 2차 시도, n차 시도 간 간격)을 분석한 결과, 최고의 학습자는 시간이 지남에 때라 새로운 반복을 점점 더 빠르게 하여 결국 성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기심과 열정은 실패에 맞서 전략을 수정하고 재시도를 지속할 수 있는 자원이 되는 반면 무력함, 위축감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통찰을 이끌어내는 학습의지와 다시 시도하려는 끈기가 낮을 것이다. 마치 고정 마인드셋이 평가 결과에만 관심을 보이고 개선의 원료가 될 피드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정리하면, 스트레치 목표 자체가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학습과 성과를 촉진적 혹은 파괴적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요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시트킨은 ‘최근 성과’와 ‘여유 자원’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치 목표의 효과를 결정하는 요인
성공 경험은 사람의 감정, 태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시트킨은 “극도로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최근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조직의 구성원들은 기회를 포착하고, 체계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처리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과가 부진한 기업의 직원들은 스트레치 목표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외부에서 제공하는 빠른 해결책을 찾으며, 두려움이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혼란스럽고 궁극적으로 자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제안한다.
8주 간의 대회 기간 동안 대학 육상 선수들을 목표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선수들은 목표-성과 불일치의 크기에 비례하여 목표를 하향 조정하였다고 한다. 목표의 도전적인 수준을 유지한 채 수행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결과에 근접하게 목표를 하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목표 수준을 낮춰서라도 ‘목표 달성’이라는 성공을 취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반면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은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높이기 때문에 더 도전적인 목표를 선택하게 만든다.
또 다른 결정 요인인 여유 자원은 돈, 지식, 경험, 인력, 장비 등 조직 내 가용 자원을 의미한다. 여유 자원이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실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예산도 충분하지 않고 인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과제나 난이도가 높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면 난관을 뚫고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트킨은 최근 성과와 여유 자원을 고려하여 스트레치 목표를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 상황에 부합하지 않은 스트레치 목표는 높은 성과가 아니라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최근 성과가 부진하고 여유 자원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난관 타계를 위해 스트레치 목표를 채택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것은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반면, 스트레치 목표를 통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최근 성과가 높고 여유 자원이 있는 기업은 이것을 잘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성과를 잘 내고 있다는 것은 지금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방식을 유지하게 만든다. 즉, 현재 방식에 문제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과감한 변화를 도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안일함과 관성을 조장함으로써 잠재력이 높은 기회에 대응하는 조직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성과와 여유 자원이 높은 조건에서만 스트레치 목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다른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어떤 접근을 취할 수 있을까? 시트킨은 “크고 대담한 도약보다는 작은 단계를 밟으라”고 제안한다. 향후 스트레치 목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틀부터 마련하라는 것이다. 기틀 마련에 도움이 되는 첫 번째 접근법은 ‘작은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극강의 높은 목표가 아니라 고객 보안,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재무 규칙 등 소박하지만 작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목표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는 “작은 성공은 추진력, 에너지, 자원을 구축하고 학습을 촉진하여 나중에 더 크고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 접근법은 의식적으로 여유 자원을 구축하는 것이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자원을 많이 소비하는 부서를 분사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갖춘 파트너와 합병 또는 제휴를 추진할 수 있다. 역량 측면에서는 지식과 스킬을 강화하는 학습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이러한 목표는 구성원에게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미처 활용하지 못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이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접근법은 작은 손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큰 목표를 세우고, 실패했을 시 큰 손실을 야기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작게 실험하고 작게 실패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 작은 실험들을 반복해 나가면 몇 번의 좌절을 겪은 후에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유혹도 줄어든다고 말한다.
OKR을 도입하면 우리도 구글이 될까?
성과를 잘 내는 기업의 운영 방식은 마치 성공 공식처럼 여겨져 쉽게 모방되곤 한다. 구글이 달성이 불가능한 높은 목표를 장려한다고 하자 OKR은 달성 불가능한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 이해하기도 한다. 구글의 조직 환경과 각 조직이 처한 환경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구글에 적합한 방식이 다른 기업에게도 적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높은 성과를 유지하고 여유 자원도 많은 구글은 스트레치 목표의 이점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둘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은 스트레치 목표가 도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 퍼실리테이터님이 롤리신글 하나하나 정독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