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을 빌려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창업한지 10년도 채 안되어 기업가치 310억달러(약 34조 2900억원)의 기업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건물을 짓고 시설을 마련하는거 없이, 방을 내어주고 싶은 사람과 빌리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통해 단시간 내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승승장구하며 IPO를 준비하던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상반기(2020년) 영업손실이 10억달러(약 1조 2100억원)으로 추산되면서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900명을 해고하였으며, IPO는 무기한 연기되고 기업 가치가 180억 달러로 하락했다.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에어비앤비의 미래를 비관하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그해 말 매출을 회복하며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상장되었고, 현재 시가총액은 1,076억 달러에 달한다. 그들이 반전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한 여행 일정을 고려하여 예약 취소 정책을 완화하고, 게스트들이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청결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청결 강화 프로그램은 숙소의 살균소독을 포함한 5단계 청소 절차로 호스트에게 숙소의 위생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한편, 기준 준수 여부를 숙소 페이지에 표시하여 게스트가 안전한 숙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또한 대면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랜선으로 여럿이 모여 요리, 운동, 여행 등 활동을 즐기는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도 런칭하였다.
이 기업은 기민한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변화한 환경에서 발견된 새로운 트렌드를 기회로 전환시키도 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지방, 시골을 방문하는 추이를 감지하여 언택트 여행지로서 국내 지역 관광 홍보로 전략을 바꾸었고, 더 많은 여행지 발굴을 위해 중소도시의 지역 자치단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지역 마케팅을 지원하였다. 또한 장기 숙박(28일 이상)에 대한 니즈를 읽고 호스트에게 해당 트렌드를 알려 장기 숙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으며,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맞게 애플리케션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에이비앤비의 창업과 코로나 위기 대응에서 두드러지는 역량은 혁신, 기민성(agility), 적응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이 잘 발휘된 배경에는 직원몰입이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객, 시장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진화시켜 나가는 것은 자발적인 동기, 열의없이는 실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업계 최초로 HR 최고 책임자를 최고 직원경험 책임자(Chief Employee Experience officer)로 명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에어비앤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예측불가능하고,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을 민감하게 감지하여 고객 니즈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즉, 애자일 조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자일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미션, 목적을 공유하여 조직을 하나로 묶고, 팀에 권한을 위임하여 고객(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팀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만으로 애자일 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의 애질리티를 진단한 조사에 따르면, 조직의 리더들은 애자일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최고 경영진의 지원 부족’(56%) 못지 않게 ‘새로운 자유를 잘 다루지 못하는 구성원’(53%), ‘기능적 스킬(예: 도구 적용) 부족’(62%), ‘사람관리 스킬 부족’(70%)을 꼽았다. 즉, 팀이 새롭게 부여된 권한, 자율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기대한 변화나 성과는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팀을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까? 어떤 역량을 개발시켜야 할까?
무엇이 애자일 팀을 만드는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를 저술한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직원들의 내적 동기에 집중해야 고성과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일에서 ‘즐거움(play)’, ‘의미(purpose)’, 성장(potential)’을 느낄 때 창의성, 혁신, 몰입이 높아지고, 더 높은 수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문화의 방향은 일의 즐거움, 의미, 성장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팀에 초점을 맞춰보자. 조직 전문가인 콜린 프라이스와 샤론 토예는 VUCA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팀의 비결을 밝히기 위해 FT500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들은 지난 3년, 7년간 매출 성장률이 상위 20% 안에 드는 기업 중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등 여타 재무 성과를 기준으로 23개의 고성과 기업(Super-accelerators)을 분류하였다. 그후, 고위 임원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고성과 기업의 차별적인 역량과 특성을 전략, 조직, 팀, 개인 차원에서 규명하고 진단 모델을 개발하였다.
3,000개의 팀을 진단한 결과, 단 13%만이 고성과 팀(Accelerating teams)으로 판정되었다. 고성과 팀이 갖는 경제적 효과는 저성과 팀(Derailing teams)보다 22.8% 더 높았으며, 더 빨리 비용을 줄이고, 시장에 더 효과적으로 진출하며, 보다 매끄럽게 제품을 출시하였다.
프라이스와 토예는 팀의 성과를 결정하는 저성과 요인과 고성과 요인을 분석하면서 고성과 팀에만 나타나는 차별적 행동 특성(Differentiating actions)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특성들은 아래와 같다.
[출처: Colin Price & Sharon Toye, Accelerating Performance: How Organizations Can Mobilize, Execute, and Transform with Agility]
고성과 팀이 일하는 방식에는 도쉬와 맥그리거가 강조한 일의 즐거움, 의미, 성장 요소가 녹아져있다.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험하며, 공유된 목적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개발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각각 즐거움, 의미, 성장 동기를 강화한다.
직원들의 내적 동기를 강화할 수 있는 직무설계외에도 고성과 팀의 일하는 방식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하나는, 자율과 책임이 균형있게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합의에 기반해 스스로 팀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 전략과 팀 성과 지표가 일치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일치도를 높이고, 팀원의 R&R을 포함하여 요청받은 업무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합의하여 약속된 기한,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한다.
다른 하나는, 미래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다수와는 달리 “외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찾고, 이슈의 여러 국면을 탐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애자일 조직을 연구한 크리스토퍼 월리 교수는 애자일 조직 조차도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화, 추이를 감지하고, 의사결정자들이 이 정보를 해석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가능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환경감지(perceiving)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양한 관점을 환경 해석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논의(소통)를 위한 시스템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믿음, 즉 수용적, 개방적인 문화가 구축되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관련 글: 애자일 조직,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 조직의 팀을 애자일 팀으로 전환시키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프라이스와 토예의 연구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팀이 기민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팀의 목적과 지향해야 할 가치, 역할을 명확히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 팀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공유된 인식은 팀을 하나로 묶어줄 뿐만 아니라 팀의 비전과 구체적인 목표 설정에 나침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무엇’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은 일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고, 그것을 기준 삼아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지금 혹은 향후 달성하고자 하는 일에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판단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팀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업무를 설계할 수 있는 자율관리 역량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발생할 때 놀라서 얼어붙거나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상황에 맞게 스스로를 진화시킬 수 있는 힘과 유연함을 가져다준다.